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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5000개 '햇반' 용기, 플라스틱 재활용 길이 열렸다

관리자 | 2022-05-09 | 조회 648

고청훈 CJ제일제당 ESG센터 환경전략팀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 설치된 '햇반 용기 전용 수거함'에서 햇반 용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렇게 햇반 용기를 모아서 최종적으로 '스팸 선물세트' 포장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한형 기자

 

"좋은 물건이란 무엇일까요? 소비만능시대라지만 물건을 살 때 ‘버릴 순간’을 먼저 고민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한 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제품 생산과 판매단계를 담당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굿굿즈]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고, 꾸준히 지켜보려 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한 해에 소비되는 ‘햇반’은 얼마나 될까. 즉석밥 시장 1위인 CJ제일제당 햇반 판매량은 5억5000개가량이다. 전체 즉석밥 시장으로 확대하면 연간 약 9억개로 늘어난다. 누군가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일이 1년에 9억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쌓는 일 아닌가.’

누가 이런 생각을 할까.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시민사회운동가, 환경에 관심 많은 소비자, 환경정책입안자 등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누구보다 절실하게, 누구보다 진지하게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를 고민하는 이들은 뜻밖에도 즉석밥을 만드는 회사에 있다. 생산자는 고민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편리함이 우리를 망치는 것은 아닐까.’

햇반 소비를 반기는 동시에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있다. CJ제일제당 ESG(환경·사회·지배구조)센터의 환경전략팀이다. 햇반 용기의 재활용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한 그들은 지난 1월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지구를 위한 우리의 용기’ 캠페인이 그것이다. 햇반을 만드는 CJ제일제당이 소비자로부터 햇반 용기를 직접 수거하고, 재생 플라스틱 제작을 의뢰하며, 다시 재활용품으로 탄생시킨다.
 

CJ제일제당이 지난 1월부터 진행 중인 '지구를 위한 우리의 용기' 캠페인 진행 과정. 햇반 용기를 소비자로부터 회수해서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뒤 '스팸 선물 세트' 포장에 활용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어떻게 이런 시도를 하게 됐을까. 시장을 선도하는 대기업이 친환경 노력에 앞장서 성공사례를 쓴다면, ‘플라스틱 재활용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고청훈 환경전략팀장을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만났다.

고 팀장은 약 4년간 햇반 용기 재활용 방법을 포함해 CJ제일제당의 친환경 실천법을 찾아 헤맸다. 숱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홉 개 얹혀졌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답을 듣기 일쑤였다.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을 방문했다가 가슴에 돌덩이만 얹고 돌아오기도 했다. 분리배출 쓰레기 가운데 실제 재활용 가능한 걸 골라내는 선별장에서 햇반 용기는 ‘재활용 불가’로 분류되고 있었다. 햇반 용기에 ‘기타 플라스틱’(OTHER)이라고 적혀있어서다. 기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잘 안 된다. 품질 좋은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바꾸기엔 순도가 높지 않다.

햇반 용기는 대체 어떤 소재를 썼기에 ‘기타 플라스틱’으로 분류됐는지 물었다. “햇반 용기는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프로필렌(PP) 95%로 만들어졌어요. 이것저것 잔뜩 섞인 게 아닌데도 100%가 아니라 ‘PP’ 표기를 못하는 거죠. 그러면 왜 100% PP로 만들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해요. 그런데 그랬다간 ‘식품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어요. 5%의 다른 소재를 포기하지 못 하는 것은 안전성 때문이거든요.”

재활용 안 되는 소재로 분류된 햇반 용기로 재활용을 하겠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말이 됩니다. 햇반 용기만 모아서 재활용하면 가능해요.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만들 때 약간의 이물 혼입은 발생하거든요. 재생 플라스틱 소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햇반 용기의 PP 95%는 꽤 순도 높은 플라스틱 소재인 셈이죠.”

고무적이다. 그동안 햇반 용기는 ‘재활용 불가’로 알려졌는데 방법이 있다고 하니 반가워할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햇반 용기 무게는 약 10g. 햇반 사용으로 연간 5500t의 플라스틱이 버려진다. 100% 수거와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5500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결하는 셈이다. 이쯤에서 햇반 용기만 재활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아니요. 시중의 모든 즉석밥이 다 같은 소재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니 모든 즉석밥 용기를 모아서 재활용할 수 있어요.” 햇반을 포함해 즉석밥 용기로 쓰이는 플라스틱 양은 연간 약 9000t이다. 이만큼의 쓰레기를 줄이는 게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고청훈 CJ제일제당 환경전략팀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햇반 용기로 만든 펠릿을 앞에 두고 햇반 용기로 만든 플레이크를 손에 든 채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CJ제일제당은 햇반 용기만을 모아서 CJ제일제당 제품 등에 활용할 재활용품을 만들기로 했다. 소비자들로부터 햇반 용기를 택배로 받아 모으기로 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CJ제일제당에서 부담한다. 수거한 햇반 용기를 분리·세척하는 작업은 지역자활센터에 의뢰했다.

지역자활센터에서는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원료인 ‘플라스틱 플레이크’를 만들어 납품한다. 납품으로 얻는 수익은 지역자활센터 몫이다. 플레이크를 납품받아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CJ제일제당의 ‘스팸 선물세트’ 트레이로 만든다. 햇반 용기가 스팸 트레이로 업사이클링 된다.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렇다면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가급적 오래 쓰거나 재활용 또는 새활용 하는 수밖에 없어요.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회사가 이미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활용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시작한 일이에요.”

CJ제일제당은 조만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햇반 용기 전용 수거함’을 설치한다. 택배 수거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접근성 좋은 대형마트를 거점으로 삼는 것이다.

일단 시스템은 갖췄다. 소비자의 적극적 호응이 관건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400만개의 햇반 용기를 회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수하는 햇반 용기가 많아지면, CJ대한통운과 함께 친환경 물류용 팔레트 등으로 재활용품 제작을 확대할 계획이다.

물류 팔레트 500개를 만들려면 햇반 용기 20t이 필요하다. 더 많은 즉석밥 용기가 모여야 재활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깨끗한 즉석밥 용기를 수거하기 위해 더 많은 수거함이 필요하다. 대형마트 뿐 아니라 주택가, 공공기관 등에 수거함을 설치하고 꾸준히 용기를 모은다면 ‘재활용 선순환 시스템’은 더 공고해진다.
 

햇반 용기는 친환경 가습기 재료로도 쓰일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사단법인 체인지메이커, 아이투엠 등과 손잡고 친환경 가습기 키트에 햇반 용기를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로 했다. 친환경 가습기는 CJ제일제당 임직원이 동참해 만들 예정이다. CJ제일제당 제공


고 팀장은 “‘햇반 용기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재활용을 본격 시도하는 상황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금까지 햇반 용기는 정화조나 검정화분 등으로 재활용됐다. 이제는 CJ제일제당의 제품 포장에 적용하면서 활용도를 높이려고 한다.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재생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해요.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내·외장재처럼 오래 쓰는 제품에 재생 플라스틱이 들어가면 좋겠어요. 플라스틱은 ‘오래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잖아요. 재생 플라스틱 제품을 오래 쓴다면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일 수 있을 거예요. 모두의 동참이 필요한 일에 첫발을 딛고 걱정 반, 기대 반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국민일보_0507_문수정기자